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87년 추모제 · 역사적 자산

한 시인이
그를 노래했다

1987년 추모제와 그 이후 시인들이 박종철을 기리며 남긴 시를 한 곳에 모았습니다. 학술 인용·낭송·교육에 활용할 수 있게 정확한 출처와 매체를 표기합니다.

우리는 결코 너를 빼앗길 수 없다

1987년 추모제 헌시
오늘
우리는
뜨거운 눈물을 삼키며
솟아 오르는 분노의 주먹을 쥔다.

차가운 날
한 뼘 무덤조차 없이
언 강
눈바람 속으로 날려진
너의 죽음을 마주하고

죽지 않고 살아남아
우리 곁에 맴돌
빼앗긴 형제의 넋을 앞에 하고

우리는 입술을 깨문다.

누가 너를 앗아갔는가!
감히 누가 너를 죽였는가!

눈물조차 흘릴 수 없는 우리.
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다.
너는 밟힌 자가 될 수 없음을.
끝까지 살아남아 목청 터지도록 해방을 외칠,
그리하여 이 땅의 사슬을 끊고 앞서 나아갈 너는
결코 묶인 몸이 될 수 없음을.

너를 삼킨 자들이
아직도 그 구역질 나는 삶을 영위해가고 있는
이 땅, 이 반도에
지금도 생생하게, 생생하게
살아있는 너,
철아!

살아서 보지 못한 것
살아서 얻지 못한 것
인간, 자유, 해방
죽어서 꿈꾸어 기다릴 너를 생각하며
찢어진 가슴으로 네게 약속한다.

거짓으로 점철된 이 땅
너의 죽음마저 거짓으로 묻히게 할 수는 없다.

그리고 말하리라.
빼앗긴 너를
으스러지게 껴안으며 일어서서 말하리라.

오늘의 분노,
오늘의 증오를 모아
이 땅의 착취,
끝날 줄 모르는 억압,
숨쉬는 것조차 틀어막는 모순덩어리들
그 모든 찌꺼기들을
이제는 끝내주리라.
이제는 끝장내리라.

철아!
결코 누구에게도 빼앗길 수 없는
우리의 동지여.
마침내 그 날,
우리 모두가 해방춤을 추게 될 그 날,
척박한 이 땅, 마른 줄기에서 피어나는
눈물뿐인 이 나라의 꽃이 되어라.
그리하여
무진벌에서, 북만주에서,
그리고 무등산에서 배어난
너의 목소리를 듣는 우리는
그 날,
비로소 그 날에야
뜨거운 눈물을 네게 보내주리라.

※ 사업회 보유 추모시 자료(원문·시인·매체·연도·낭송 음성) 도착 후 점진 게시.